“재능 있는 자는 노력하는 자를 이 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단 말이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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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다은
PD 5기
재능 있는 자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단 말이 있지 않습니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저는 이렇게 운을 띄웠습니다. 면접관분들의 표정이 굳어갔습니다. 설마 그 뻔하디뻔한, 무려 2500년 전의 명언으로 면접과 함께 채용기회도 마무리할 생각인가? 거친 생각과 함께 불안한 눈빛으로 저를 지켜보던 면접관분들께 저는 당차게 말을 이어갔습니다.
저는 재능도 있고, 노력도 하면서 심지어 즐기기까지 하는 천하무적입니다!”
저의 뻔뻔한 한마디에 면접관분들 사이에서 실소가 터져 나왔습니다. 아직 입사도 안 한, 햇병아리 같은 제가 족히 수십 년의 연차를 가지신 베테랑 선배님들께 꺼내기엔 감히 낯부끄러운 ‘근자감’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당당했습니다. 저를 가장 잘 표현하는 구절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가장 먼저 저는 ‘즐기는 자’였습니다. 이는 PD가 되고자 하는 꿈에 탄탄한 베이스 역할이 되어주었습니다. 여덟 살의 꼬마일 때부터 저는 직접 동화책을 만들어서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곤 했습니다. 그 과정에 콘텐츠 제작의 묘미를 알게 됐습니다. 제 작품을 만드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고 즐거웠습니다. 제가 느낀 즐거움을 수많은 사람, 즉 대중에게 전달하는 방송PD가 돼야겠다는 목표가 생겼습니다.
노력하는 자’가 됐습니다. 방송 제작이 너무나 즐거웠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노력이 뒤따랐습니다. 프로그램을 제작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떻게든 참여하고자 했습니다. 능력은 노력에 수반되어 조금씩 ‘재능 있는 자’로 성장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또래보다 조금 탁월하다고 자신했던 재능은, 물론 회사에 들어오는 순간 리셋입니다. 입사한 지 몇 개월 채 지나지 않은 지금은 머릿속을 다 비우고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다시 PD로서의 자질을 기르는 중입니다. 베이스는 언제나 ‘즐기는 자’입니다. 아무리 업무 강도가 높더라도, 새롭게 모든 걸 배워야 하는 환경이 낯설더라도, 방송을 만드는 일 자체가 즐거우므로 PD는 그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직업입니다.
다대다로 진행되는 최종면접이 끝나갈 무렵입니다.저를 포함한 지원자들이 방송에 대한 열정과 포부를 쏟아붓고 면접장을 나서는데, 뒤에서 한 면접관분이 껄껄 웃으시면서 얘기하셨습니다. “PD면접이 확실히 재미있네!” 비록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면접임에도, 방송을 즐기는 자들에게서 나오는 긍정적인 에너지만큼은 숨길 수 없었나 봅니다.
진정으로 방송일을 즐길 자신 있는 분들은 언제든 JTBC의 문을 두드리시길 바랍니다. 즐기는 자가 결국에는 노력하는 자고, 재능도 있는 ‘천하무적’이 될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