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그룹 선배들의 PD 이야기, 이제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드라마, 예능, 교양, 시사, 뉴스 등 JTBC의 다채로움을 만들어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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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블릿 PC 보도, 탄핵, 그리고 대선. 지난 1년여간 우리 사회 굵직한 일들의 한복판엔 JTBC가 있었습니다. 각각의 사건들은 제 입사 첫해의 업무 기록이기도 합니다. 휴일을 가리지 않고 이어지는 특보, 탄핵이 가결된 날 곧바로 준비했던 긴급 토론. 그 어느 때보다 열띤 논쟁이 있었던 대선 후보 토론회까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뛰어다녔던 나날들이었습니다.

    그 시간 동안 “JTBC와 함께하고 싶다”라는 초심에 “힘들다”라는 생각이 비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요.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보상이 있었습니다. 제 고민이 방송에 반영되는 것을 볼 때의 성취감. 우리가 사는 세상의 긍정적인 변화에 조금이나마 기여했다는 뿌듯함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그 성취감과 뿌듯함은 모든 고생을 날려버릴 만큼 달디 달았습니다.

    시사교양 PD로서 살아온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저에게, 시사교양 PD가 어떤 일이냐고 물으신다면 “‘다음’을 알 수 없는 직업”이라고 답하겠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아니 잠든 와중에도 새롭게 쏟아지는 소식들. 그 뉴스들 속에서 ‘다음’은 애증의 단어입니다. PD로서 어떤 뉴스를 어떻게 풀어야 할 지 머리를 싸맸던 고민은 다음 순간 터지는 뉴스에 의미 없는 것이 되곤 했습니다. 반면 제가 만든 CG가 그 다음에 이어지는 이슈에도 유용하게 활용되는 즐거운 경험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시사교양 PD가 “’다음’을 알 수 없는 직업”인 것은 시사교양 PD가 시청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게 결국 ‘삶’ 그 자체이기 때문이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합니다. 삶이야말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우리 삶을 들여다보고 스토리를 만들어 전달하는 시사교양 PD의 ‘다음’도 당연히 모르는 것 아닐까요? 시사 프로그램이든, 교양 프로그램이든 간에 말입니다.

    이 매력적인 시사교양 PD라는 직업이 JTBC에서는 한층 더 매력적으로 변합니다. 언제든 고민을 함께하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 선배들과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하고 당당히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는 문화 덕분입니다. 여기에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열정 넘치는 분들까지 함께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요?

    물론 험난하기 그지없는 입사 과정을 먼저 거쳐야겠지요. 저 같은 경우에는 각종 시험 정보와 요령들 사이에서 딱 두 가지만 잃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다른 삶에 대한 관심 잃지 말기’, ‘내가 PD라면 어떻게 할 지 고민하기’ 전자는 작문과 기획안, 실무면접에서 남들과는 차별화되는 소재를 발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자세였습니다. 후자는 그 소재를 더 설득력 있게 풀어낼 수 있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경험이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우리들의 ‘다음’ 이야기가 JTBC에서 펼쳐지기를 기대합니다.
  • PD에 대한 환상은 없었다. 충분한 각오도 되어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PD는 상상 그 이상을 맛볼 수 있는 직업이다. 야근이 많은지, 몇 시쯤 퇴근하는 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일주일에 몇 번 퇴근할 수 있을까?” 가 궁금해지는 직업이라니...

    체력적으로 적응하고 나면 창작의 고통이 다가온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게 이럴 때 쓰는 말이구나 느껴가고 있다. 누군가 나에게 PD가 되려면 어떤 자질이 필요한가 묻는다면 나는 단호하게 대답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을 견딜 수 있는 체력과 정신력.

    나 역시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나는 힘듦을 이겨낼 원동력을 성취감에서 얻고 있다. 밤새 편집한 부분이 TV 화면에서 흘러갈 때의 짜릿함은 그 어떤 말로도 설명하기가 어렵다. 방송이 끝나고 예고가 흘러가면 지난 일주일 동안 힘들었던 기억들은 리셋 되고 이번 주에는 어떤 패러디를 할까, 이번에는 무슨 효과를 쓸까 하는 고민들로 다시 한 주를 채워간다. 이 재미는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평생 느낄 수 없는 감정이기에 PD를 꿈꾸는 많은 예비 후배들에게 과감한 도전을 권해본다.
  • ‘도망쳐.’
    99%의 확률로 여러분은 이 답변을 듣게 될 것입니다. 주변의 PD에게 ‘내 꿈은 PD’라고 이야기한다면 말입니다. 그 말 속에 진심이 아주 없진 않습니다. 3일째 밤샘 중인 새벽 3시의 편집실 안이라던가, 세팅이 안 됐는데 5분 안에 슛 들어가야 하는 혼돈의 촬영장이라던가, 우리도 잊지 말라며 설거지처럼 쌓여주는 서류작업들 속에서 그 ‘도망쳐’는 스스로에게도 수없이 외치는 마음의 소리니까요.

    그런데 참, 그 말을 듣기가 쉽지 않습니다. 돌아서려 하면 떠오르는, 이 일을 하며 마주쳤던 ‘어떤 순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촬영장에서 만난 한 할머님이 ‘고마워, TV가 가족도 되고 친구도 돼’라시며 손을 꼭 잡아주셨던 순간, ‘방송 보고 아빠가 크게 웃는다. 저렇게 행복해하는 아빠 모습 처음 봐’라는 시청자 피드백을 받았던 순간... 그런 순간들이, 도망칠 이유보다 훨씬 더 큰 ‘남을 이유’가 되어줍니다. 처음 이 길을 택했을 때 나의 목표는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일’을 하는 것이었기에. 그 목표로 향하는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단 확신을, 그 순간들을 통해 받았기에... 그렇게 돌아서던 발길을 멈추고, ‘그래, 나 이러려고 PD 했지’라며 뜨거운 현장 속으로 다시 온몸과 마음을 던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거 알아? 요즘 밖에 엄청 덥대.’
    ‘그래? 우리가 여기서 나갈 때쯤엔 선선해져있겠지.’
    폭염이 연일 이어졌다던 지난 여름, 함께 일요예능의 막내로 일하고 있던 동기와 편집실에서 나눈 대화였습니다. 현재시각 2017년 9월 10일 밤 11시 38분. TV에서는 제가 JTBC에 입사해 처음 몸담은 프로그램의 마지막회 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열어둔 창문 사이론 정말 가을을 알리는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고있고, 단 하루 뿐이었던 휴일도 끝나가고 있습니다. 내일부터 출근하는 새 프로그램이 끝날 때쯤엔 아마 겨울의 한 가운데에 있겠지요. 나의 계절은 그렇게 편집실 안의 달력 사진으로만 흘러간다 해도, 나의 젊음을 내어주어도 아깝지 않은 일을 하고 있다는 믿음으로 또 하루를 이곳에서 보낼 것입니다. 같은 믿음으로 이 길을 함께 걸어갈 분들, ‘도망쳐’라는 말에 흔들리지 않을 이유가 있는 모든 분들, 도전해 주세요.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