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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께 조금이나마 도움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난해 저를 중앙일보 기자로 만들어준 문제와 제 답안을 소개합니다.
작 문 / 제목없이 자유롭게 작문하되, 다음 동요 가사 전문을 글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쓰시오. 동요가사는 진문을 한꺼번에 넣어도 되고, 일부분씩 나누어 넣어도 좋습니다.
(100분, 1.200字 ±100字》
“엄마 앞에서 짝짜꿍 아빠 앞에서 짝짜꿍 엄마 한숨은 잠자고 아빠 주름살 펴져라”
“라쿠카라차,라쿠카라차”
‘라쿠카라차’ 는 ‘바퀴벌레’ 라는 뜻이다.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따라 불렀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멕시코 국적의 이 동요에는 가슴 아픈 사연이 숨어 있다. 멕시코에 친미 정권이 들어서면서 대농장 지주를 중심으로 노동자 ∙ 농민에 대한 수탈이 극심해졌다. 이를 견디다 못한 민중들이 혁명군 대장 ‘판초 비야’ 를 중심으로 봉기했던 때가 있었다. 당시 민중들이 애환을 달래기 위해 스스로를 ‘바퀴벌레’ 에 비유하며 ‘라쿠카라차’ 라고 불렀던 것이다. 티없는 동심을 빌어 노래하는 만큼, 때로 동요는 그 어떤 노래보다 실상을 정확하게 그려낸다. 한국판 ‘라쿠카라차’ 가 면면히 이어져 내려온 것도 그 때문이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
엄마와 누이에게 강변에서 함께 살자고 고백하는 내응의 이 동요가 인기틀 끈 것도 당시의 시대상 때문이었다. 급격한 산업화 ∙ 도시화로 인해 가족과 고향을 떠나 타향살이를 하게 된 아픔을 동요의 형식을 빌려 절절하게 그려냈기 때문이다. 특히 박정회 군사 정권 이래 ‘산업화’ 라는 이름으로 자유와 감수성까지 희생해야만 했던 근대화 세대에게 이 노래만큼 가슴에 와닿는 동요가 있었을까. 고향잃은 세대에게 ‘엄마야 누나야’ 가 한국판 ‘라쿠카라차’ 가 되었던 이유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먹고 살 만 해지자 통일을 꿈꾸게 되었다. 이산가족이 상봉했고, 대통령이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손을 맞잡았다. 1990 년대 후반, 남북 간 화해 ∙ 협력 무드가 조성되면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었던 동요가 ‘우리의 소원은 통일’ 이다. 분단의 아픔을 통일의 메시지로 승화해 낸 이 동요가 사랑받을 수 있었던 까닭도 남 ∙ 북간 대화를 통해 통일의 분위기가 무르익었기 때문이다.
실향민은 물론이고,남북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까지도 이 동요를 부르면서 통일을 꿈꿨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이 통일담론 세대의 ‘라쿠카라차’ 가 되었던 셈이다.
“엄마 앞에서 짝짜꿍,아빠 앞에서 짝짜꿍. 엄마 한숨은 장자고,아빠 주름살 펴져라"
서민의 삶이 팍팍해지면서 인기를 끌게 된 동요다. 보통 엄마와 보통 아빠의 애환을 아이의 짝짜꿍을 통해 풀어보자는 의미가 숨어있다. 대한민국 서민의 삶을 그늘지게 하는 가장 큰 문제는 ‘교육’ 과 ‘부동산’ 이다. 교육과 부동산 문제를 해결해야 아빠와 엄마로 대표되는 서민이 한시름을 놓을 수 있다. 동요와 엇박자를 내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게 걸맞는 지적이다. 공교육을 강화해 엄마의 한숨을 잠재우고,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켜 아빠의 주름살을 펴는 정부의 ‘짝짜꿍’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빠 힘내세요,우리가 있잖아요”
최근 들어 인기를 끌고 있는 동요는 CF를 통해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되고송’ 도 마찬가지다. 두 동요가 던지는 메시지는 동일하다.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긍정’ 을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서민의 삶이 얼마나 힘들고 팍팍하면 이런 내용의 동요가 인기를 끌겠는가. 서민의 ‘라쿠카라차’ 에는 이유가 있다. 어린이가 어른의 스승이라는 사실을 믿는다면, 정부는 동요가 던지는 메시지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이제 엇박자는 그만, ‘짝짜꿍’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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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기시험을 통과하신 여러분,
궁금하신게 많을 겁니다. khstorm@naver.com으로 보내주세요.
어떤 질문도 성의껏 답해드리겠습니다(원하신다면 ‘절대비밀’ 보장합니다)
마지막으로 중앙일보에 지원하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그리고 46기가 후배 여러분, 사랑합니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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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채의 계절입니다. 언론사 준비생들에겐 총력을 다 해야 할 시기지만 체력이 달리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저도 작년에 그랬으니까요. 불합격의 쓴 맛을 여러 번 맛보면서 몸과 마음이 지쳐가고 있을 때 누군가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만 힘든 게 아니다. 모두 다 같이 힘든거다” 이상하게도 ‘힘내라’ 는 말보다 더 위안이 되더군요. 언론사 입사시험은 기본적으로 어렵습니다. 몇 십 대 일의 경쟁률을 뚫어야 하고, 입사전형도 까다롭고 요구하는 것도 많습니다. 그러나 힘든 이 시기를 악바리처럼 잘 견뎌낸 사람에게 그 문은 의외로 쉽게 열립니다. 당신의 ‘내공’ 을 믿으세요. 중요한 것은 이겨내겠다는 ‘마음가짐’ 입니다.
서류전형
지난 해 중앙일보 자기소개서 항목은 타사에 비해 간단했습니다. ‘기자직에 적합한 이유’ 와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과 즐거웠던 일’ 을 2000자 안팎으로 서술하는 것이었으니까요. 심사위원들의 머리에 강렬하게 남을 만한 ‘스팩’이 있다면 좋겠지만, 꼭 그래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경험과 고민을 흥미롭게 풀어나가세요. 똑같은 기사라도, 그래픽과 사진을 넣었느냐. 좋은 사례를 들었느냐, 읽을 맛이 나게 썼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지는 것이니까요. 저는 자기소개서를 쓸 때 욕심을 버렸습니다. 주저리주저리 설명하지 않고, 제 경험 중에서 가장 ‘얘기가 될 만한’ 사례 2-3개를 뽑았습니다. 사례를 구체적으로 쓰고, 그것이 기자직을 하는데 어떤 도움이 됐는지 덧불였습니다. 모든 지원자가 “나는 호기심이 많고, 근성도 있으며, 사교적이고 글도 잘 쓴다"고 쓸 것입니다. 그것을 증명할만한 근거가 얼마나 타당하고 재미있느냐가 관건이겠지요.
필기시험
중앙일보 필기시험 문제는 예측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스터디를 하면서 만들어놓은 예상답안을 써먹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평소 글쓰기 연습이 소용없다는 말이 아닙니다. 오히려, 몰랐던 자신의 능력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엄마 앞에서 짝짜꿍, 아빠 앞에서 짝짜꿍” 이라는 노래 가사를 받아들고 전에 써놓았던 예상답안을 모두 잊었습니다. 그리고 스터디를 하면서 잘 써보지 않았던 소설을 쓰기로 했습니다. 고백하건대, ‘노래 가사’ 가 글에 매끄럽게 녹아들었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만, 새로운 시도, 선명한 주제 등이 좋은 점수를 받았던 것 같습니다. 중앙일보는 톡톡 튀는 상상력, 창의적인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글쓰기의 폭을 좀 더 넓혀보세요. 문제의식이 선명하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합당하다면 그 형식이 독특하더라도 상관없습니다. 오히려 득이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면접
면접의 시작은 ‘취재’ 입니다. 준비는 필수입니다. 중앙일보를 취재해야 하고, 이전에는 어떤 질문들이 나왔는지, 합격자들은 어떻게 대답했는지를 취재해야 합니다. 기자는 정보를 다루는 직업입니다. 기자시험 역시 얼마나 양질의 정보를 가지고 대비를 하느냐가 당락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 ‘그 신문사는 압박면접으로 유명하더라’ 는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과 모르고 있는 사람은 천지차이일 것입니다. 우선 최근 몇 달치 중앙일보를 꼼꼼히 읽어야겠지요. 어떤 기자든 면접관으로 나올 수 있습니다. 중앙일보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는 문제가 무엇인지, 과거엔 어떤 기사들을 써왔는지, 오피니언면의 필진은 누구인지 등을 취재하세요. 현직 기자를 직접 만나서 취재를 한다면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죠. 물론 ‘왜 기자가 되고 싶은지’ 등의 단골 질문 답안을 준비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실무평가
실무평가는 3일 동안 이뤄졌습니다. 첫 날은 ‘인천공항’ 이란 주제로 사회면 톱 기사를 쓰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인천공항을 찾는 사람이 아니라 공항에서 ‘일하는 사람’ 을 쓰기로 했습니다. 승무원, 검색대 관계자, 청소도우미, 면세점 직원 등 점심도 거르고 얘기가 될 만한 사람들을 찾아다녔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공항에도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대부분이 은퇴생활자이거나 가정주부들이었습니다. 전직 대기업 사장도 있었습니다. 공항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기사를 썼습니다. 둘째 날은 인터뷰 기사쓰기였습니다. 기자 회견식이었기 때문에 기사 재료는 지원자 모두 똑같았습니다. 최대한 늘어지지 않고 감각적으로 쓰려고 했습니다. 중앙선데이 인터뷰 기사를 관심 있게 읽었던 것이 도움이 됐습니다. 셋째 날은 통계자료를 보고 기사쓰기였습니다. 통계자료는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단초일 뿐입니다. 생생한 기사는 현장에 있습니다. 저는 통계 자료에서 ‘최근 청소년의 준법의식이 약해졌다’는 주제를 뽑아 가까운 중고등학교를 찾아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례와 멘트가 풍부할수록 좋습니다. 자신이 얼마나 발품을 팔고 공을 들였는지 표를 내세요.
저는 언론사를 준비할 때 현직 기자들의 강연회를 빠지지 않고 찾아가 들었습니다. 강연자가 훌륭하면 ‘더 열심히 해야겠다’ 고 자극을 받았고. 반대로 강연자가 평범하면 ‘저 정도면 나도 기자할 수 있겠다’ 위안을 받았습니다. 누군가는 제게 ‘너무 긍정적인 것 아니냐’ 고 되묻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법 효력이 있었습니다. 제 후기 역시 어떤 방식으로든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는 분들께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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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 “허허…” “아이고...이게 뭐야?”
필기 시험장에서 문제지가 공개된 용산고 고사장 교실은 순간 수험생들의 탄식과헛웃음으로 가득 찼습니다.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기상천외한 문제가 나왔기때문이죠.저 역시 허탈한 한숨을 지은 이들 중 하나였습니다.
중앙일보 작문 시험은 황당(?)하기로 유명합니다.
“덩샤오핑, 신정아, 박태환, 나를 연관성 있게 글속에 포함시켜 작문하시오” (2007년)
“엄마 앞에서 짝짜꿍. 아빠 앞에서 짝짜꿍. 엄마 한숨은 잠자고, 아빠 주름살 펴져라”를 넣어 작문하라 (2008년)
하지만 아무리 황당한 시험 문제가 나은다고 해도 당황하지 마십시오. 제시어의 압박에서 벗어나세요. 발상을 전환하십쇼. ‘제시어를 어떻게 넣는다지?’ 가 아니라 ‘저것만 집어넣으면 되는 거 아니야?’ 라고요. 그럼으로써 내가 쓰고 싶은글을 더 자유롭고 자신 있게 써내려갈 수 있으니까요.
제시어에 큰 의미를 두지 마세요. 중요한 것은 본인이 쓰려는 글의 ‘야마’ 입니다. 제시어를 아무렇게나 끼워 넣어 뜬금없는 글을 쓰라는 것이 아닙니다. 제시어에 사로잡혀선 좋은 글이 나올 수 없다는 이야깁니다. 본인이 생각한 글의 흐름에 제시어를 이용한다고 생각하세요 중앙일보 필기시험은 문제가 황당하긴 해도 분량이나 작성 시간으로 수험상을 압박하자는 않습니다. 충분한 글쓰기 시간으로 자신의 생각을 필칠 수 있습니다. 편한 마음으로 달려드세요.
“제시어의 압박에서 벗어나라” 는 명제는 필기시험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필기 이후 진행되는 실무면접과 현장평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작년엔 3차 전형은 평가위원들이 보는 실무면접이었습니다. 위원들의 질문에도 사로잡히지 마시길. 질문에 맞는 정답이 있을 거라 고민하지 말라는 겁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바를 이야기하세요. 심사위원들이 여러분들에게 원하는 것은 그들의 입맛에 맞는 대답이 아닙니다. 기자로 가져야 할 순발력과 논리력입니다. 자신의 생각을‘자신 있게’ 그러면서도 ‘말이 되게’ 표현하면 됩니다.
제가 써먹은 팁을 하나 말씀드릴까요. 감명 깊거나 재있었던 중앙일보 기사나 칼럼 몇 개를 추려놓으세요. 기사 내용을 잘 기억해 놓으십시오. 그리곤 면접 때 자신의 주장을 중앙일보 선배들의 기사를 인용하며 이야기해 보세요. 똑같은 대답이라도 다른 효과가 날 겁니다. 본인이 평소에 중앙일보에 관심이 있었느냐를 표현하는 기회도 됩니다.
현장평가에선 여느 언론사와 마찬가지로 특정 주제를 주고 그에 걸맞은 기사를 작성하는 문제가 나옵니다. 작년엔 ‘인천 공항’ 이었습니다. 이번 시험에선 어떤 주제가 나올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떤 것이든 평가 당일 막막한 것은 참가한 수험생 모두 마찬가지니까요.
현장평가는 본인의 아이템으로 사회면 기사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 범위가 인천공항이라는 주제어로 조금 좁혀졌을 뿐입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평소에 주변을 잘 살피세요. 그리고 궁금증을 가져보세요. 그러한 호기심들이 현장평가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다만 기사는 입체적이어야 합니다. 기사는 칼럼이 아닙니다. 알찬 정보를 통해 독자의 의식을 깨우는 것이 좋은 기사입니다. 생생한 현장의 모습과 체계적인 전문가의 견해를 모두 담는 입체적인 기사가 좋은 평가를 받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기본적인질문을 성실히 준비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씨는 왜 신문기자가 되려고 하나요?” “왜 중앙일보죠?” “앞으로 신문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이라 생각하나요?” 채용을 준비하던 수험생 분들 모두 많이 듣고 준비해왔던 질문들일 겁니다. 하지만 의외로 이런 질문이 어렵답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그러나 본인만의 대답을 확실히 준비하세요. 단순히 중앙일보에 합격하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이 질문들은 채용을 준비하는 여러분 뿐 아니라 저를 포함한 중앙일보 선배 모두가 항상 고민하는 문제거든요. 중앙일보의 문을 두드리고, 나아가 기자의 꿈을 펼치려는 여러분, 위 질문들에 대한 본인만의 명쾌한 답을 준비하고 도전하시길 꼭 부탁 드립니다. 그 대답들이 여러분의 기자 합격 이후에도 큰 힘이 될 겁니다.
2010년 새해에 여러분과 중앙일보 선후배로 술잔을 기울일 그날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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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분과 교감 통하고 비전이 보일 수.’
2008년 10월 13일 월요일 중앙일보에 실린 81년생 닭띠 ‘오늘의 운세’ 입니다.
아침에 운세를 보자 마자 쾌재를불렀죠. 이날은 1차 실무면접이 있던 날이었고‘이보다 더 면접에 적합한 운세가 있을까’ 싶었으니까요. 근거가 살짝 부족한 자신감이었지만 ‘하늘의 뜻=합격’ 이라는 생각으로 면접에 임했습니다. 이후현장평가, 최종면접을 거쳐 결국 중앙일보 45기 수습기자가 됐습니다.
그렇다고 운이 좋은 게 합격비결이라 말하면 김 빠지겠죠? 운은 합격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란 걸 다들 아실 테니까요.입사 초기에 저도 제 합격의 비결이 원지 궁금해서 평가위원 한 분께 여쭸더니 그 분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일을 잘 할 것 같아서” 라고요. (입사 후 점차 몸의 표면적이 커지는 게 느껴지는 하지만) 제가 힘을 잘 쓰게 생긴 것도 아닌데 뽑힌 걸로 봐서는 단지 외형이 아닌 내면의 무엇인가를 높게 평가해 주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건아마 ‘자신감’ 일 것입니다.
아직 기자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하룻강아지지만 자신감은 기자가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인 것 같습니다. 마감시간 내에 기사를 전송해 데스크에게 미움을 사지 않겠다는
자신감, 밤새 뻗치기를 해서라도 취재원을 놓치지 않겠다는 자신감, 타사 기자에게는 저승에 가서도 절대 물 먹지 않겠다는 자신감, 취재원과 술 마실 때는 절대 취재원보다 먼저 정신을 잃지 않겠다는 자신감∙∙∙∙∙∙. 다소 비과학적인 메커니즘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모든 건 자신감에 기반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정보들은 불안감을 잠시나마 해소해주기는 하지만,합격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합격에 비법은 거의 없습니다. 일부 합격자들의 말처럼 운은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불확실한 운에 몸을 맡기는 것보다 확실한 것에 전력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필기시험은 사실상 가장 어려운 관문입니다. 응시자 대비 합격자의 비율이 가장 낮고,배경 설명 없이 오직 글 하나로 승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익히 알고 계시겠지만 중앙일보 작문시험의 가장 큰 특징은 ‘참신성’ 입니다. 나른 말로 하면 ‘어디로 튈지 몰라 골치 아픈’ 출제유형을 보이고 있죠.(기본적으로 글쓰기 실력은 있다는 전제하에) 엉뚱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엉뚱하게 글을 쓸 수 있어야 합니다. 45기 선배 중엔 소설과 편지를 써서 합격한 사람도 있습니다. 틀에 박힌 논술 쓰기 연습만 하지 말고 형식을 파괴한 글쓰기 연습을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실무면접부터는 지원자와 평가위원이 얼굴을 맞대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는 정말 자신감이 가장 큰 무기가 되죠. 흔히 ‘면접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면접위원의 마음을 빼앗아야 한다’ 고 말합니다. 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는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입니다. 누구보다 사람에 대한 판단이 빠르죠. 누구나 빈틈이 있겠지만 빈틈이 크게 보여서는 안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면접 전에 자기소개서를 꼼꼼히 읽는 게 중요합니다. 더 좋은 건 자기소개서를 쓸 때부터 면접위원들이 무엇을 질문할지 고민해보는 겁니다. ‘면접과 자기소개서는 하나다’ 라는 점을 꼭 명심해야 합니다. 자기소개서에 자신의 장점을 소개한 게 있다면 면접 때 정말 그게 장점이란 걸 입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신문을 꼼꼼히 읽고 중요한 사회적 이슈를 챙기는 것 등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잘 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며칠에 걸쳐 진행되는 현장평가는 가사작성능력에 대한 평가가 이뤄집니다. 하지만 기사작성능력이라고 해서 기사를 쓰는 기술 그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실 베테랑 기자들로 이뤄진 평가위원들이 보기에 수험생의 기사는 기사라고 칭하기에도 부족한 수준일 테니까요. 가장 중요한 건 핵심을 잡아 열심히 발로 뛴 모습이 드러나게 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현장평가 첫날의 주제는 ‘인천공항’ 이었는데 45기 선배들의 취재내용은 저마다 달랐습니다. 그렇지만 내용을 들어보면 “오! 그걸 어떻게 다 취재했냐?" 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취재 전에 미리 구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장은 생각과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발로 뛰면 기사거리도 보이고 취재원도 만나게 됩니다.
대단원의 마지막 관문은 임원들이 평가위원이 되는 최종면접입니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어떻게 준비하라고 말씀 드리기가 어렵습니다. 다만 자신감을 잃지 않으면서도 상대가 연세가 많은 어르신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겸손하지만 패기 넘치는 모습은 누구나 좋아하지 않을까요.
여기까지가 부족한 선배가 미래의 후배들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이었습니다. 머릿속에 정리가 덜 된 탓에 중요하지만 말씀 드리지 못한 부분도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중앙일보 46기 수습기자가 될 분이라면 이미 훌륭한 전략을 가지고 합격의 길로 들어서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우리들의 선배가 그랬듯이 저희 45기 선배들도 46기 후배들의 멋진 모습을 어서 빨리 보고 싶습니다. 함께 현장을 누빕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