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그룹 선배들의 기자 이야기, 이제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JTBC, 중앙일보 등 선배 기자의 생생한 스토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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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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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색깔'로 무장하고 도전하세요 지금 들어가면 몇 시간 잘 수 있을지 세어본다. 200m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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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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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50기 박현주입니다. 후배들을 위한 글을 쓰려니 지난해 제 모습이 생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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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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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질문이갑자기 훅 들어온다. 면접장에 들어간 지 5초도 안돼서 말이다. 이런 질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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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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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도 신기방기합니다. “중앙일보 임지수 기자인데요.” 이 한마디에 기업 홍보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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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앙일보, '내 색깔'로 무장하고 도전하세요 

    중앙일보, '내 색깔'로 무장하고 도전하세요 지금 들어가면 몇 시간 잘 수 있을지 세어본다. 200m가 넘는 거리는 무조건 택시를 타고 싶다. 먹을 수 있을 때 많이 먹어둔다.
    수습 때 생긴 버릇들입니다. 아직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수습으로 살아온 세월이 면수습으로 산 세월의 두 배를 넘는 막내기자에게 ‘후배들께 드리는 이야기’는 민망하기만 합니다. 다만 ‘짐승만도 못하다’는 수습을 그리도 부러워하던 ‘언시생’으로 산 기간이 선배ㆍ동기를 통틀어 비교해도 꽤 깁니다. 지금 언시생일, 곧 언시생을 탈출할 언시생 후배들께 드리는 말씀을 몇자 적겠습니다.
    첫째 서류전형은 무조건 나답게 쓰세요. ‘잘 붙는 자소서가 이렇다더라’에 함몰되지 마세요. 적당한 대외경력 경험을 나열한 평범한 자소서를 나 외에도 수백명이 씁니다. 보잘것 없더라도 나에게만 의미 있었던 풍경, 순간, 글귀가 뭐였는지 자꾸 발굴해보세요. 저의 경우 초등학교 저학년 때 어머니와 갔던 라이브카페에서 필리핀 여가수를 만난 이야기를 썼습니다. 강단이나 리더십을 보여주는 경험은 아니죠. 하지만 수년 후 한국에 결혼이주자가 늘어났을 때 그 경험 덕분에 편견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더군요.
    특히 지난해 중앙일보의 자소서 문항은 ‘내 인생의 명장면’‘나는 누구인가’딱 두 문항이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평소에 스스로 많이 생각해보고, 작더라도 평범하지 않은 장면으로 보여주세요.

    둘째 ‘총알’을 많이 준비해서 필기 시험을 치세요. 어떤 주제가 나와도 써 먹을 수 있는 이론, 인용구 등을 부지런히 모아두면 반드시 도움이 됩니다. 평소 정독하는 신문이나 주간지, 일주일 혹은 한달에 한 권씩 독파하는 책에서 찾아도 좋습니다. 영화나 다큐멘터리도 상관없고요. 저는 일주일에 한 권정도 책을 읽고 A4 용지 100매 정도의 글감을 모아뒀습니다. 필기 시험 전에 이것만 잘 읽고 가도 갑작스런 주제에 당황하는 일은 별로 없었습니다. 특히 중앙일보 논술과 작문 주제는 난해하다고 악명 높죠. 주제를 보자마자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나와주길 모두 바라지만 그러기 쉽지 않습니다. 뜬금없는 주제에도 바로 대동할 수 있는 나만의 총알을 많이 모아두세요.

    마지막으로 면접입니다. ‘이렇게 하세요’말하기엔 정말 정답이 없는 단계입니다. 다만 면접은 말하기 연습보다 나를 납득시키는 시간을 많이 가지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내가 누군지, 내가 정말 뭘 좋아하는지, 기자는 왜 되고 싶은지.

    내가 나라는 사람에게, 내가 하는 말에 납득할 수 있다면 당당하고 솔직해지기 쉽습니다. 말하기 연습은 오히려 사소한 일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너는 어떤 사람이니’란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 시기가 이 시기일 겁니다. 하지만 기자가 돼도 똑같습니다. 내가 관심 있는 부서는 어딘지, 그 이유는 뭔지, 어떤 기사를 쓰고 싶은지, 왜 그런지. 내 색깔이 분명하지 않으면 좋은 기자가 되기도 힘든 것 같습니다. ‘이런 자유라면 필요없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 내 시간이 온전히 내 것인 때가 드뭅니다. 치열하게 공부하되 나의 강점, 나의 취향, 관심사를 이모저모로 많이 생각하고 내 색깔을 만들어 나가는 기간으로 쓸 것을 추천합니다. 색깔 있는 후배님들과 곧 만나길 기대하겠습니다.  
  • ▶ JTBC 박현주입니다
    안녕하세요. 50기 박현주입니다. 후배들을 위한 글을 쓰려니 지난해 제 모습이 생각납니다. 매일 연습 삼아 JTBC 뉴스 기사를 뽑아놓고 혼자 큰 소리로 따라 읽다가, 마지막 바이라인만‘JTBC 박현주입니다’로 바꿔 읽곤 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내가 정말 기자가 될 수 있을까’ 생각하며 마음 졸였는데, 지금은 정말로 제 바이라인을 단 리포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중앙일보•JTBC를 간절히 꿈꾸는 여러분께 이 글이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 짧고 강하게
    중앙일보•JTBC는 서류와 필기 전형에서, ‘짧고 강한 글’을 원합니다. 자소서는500자, 동영상은 40초, 필기는 800자로, 분량이 적은 편입니다. 따라서 문장 하나하나에 공을 들여야 합니다. 입사 후 1분 20초 분량의 리포트를 알짜로 만들어내기 위해서 매일 고군분투하면서, 왜 중앙일보•JTBC가 ‘핵심만 간결하게’를 강조했는지 알 것 같습니다.

    ▶ 내 안에 답 있다
    실무 평가를 거치다 보면 위기가 여러 번 닥칩니다. 이때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르길 기다리기 보다는, 자신에게 가장 익숙한 길을 택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지난해 실무평가 주제는 ‘청계천 빛 초롱 축제’였습니다. 한겨울에 중앙일보 수첩을 든 응시자들이 청계천을 점령했습니다. 저도 발이 꽝꽝 얼 정도로 몇 시간을 돌아다녔는데, 참신한 글감을 찾지 못해 애를 먹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게 과연 무엇일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통•번역을 전공했는데, 축제 현장을 구석구석 살피며, 번역이 잘못된 부분은 없는지 찾아 다녔습니다. 누가 봐도 오역이 분명한 문장도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세계를 밝히는 빛’이라고 홍보해놓고 준비는 미흡했다고 각을 세웠습니다. 참신하지 않아도 제게 가장 익숙한 방법으로 위기를 넘겼습니다.

    ▶ 나다움
    마지막 관문인 임원 면접은 꾸밈없이 솔직하게 임하면 됩니다.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린 ‘촌스러운 아나운서’라는 수필을 아시나요? ‘남들보다 튀지 않아도 된다,’ 결국 ‘나다움’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금희 아나운서의 글입니다. 저는 지난해에는 쟁쟁한 지원자들과, 올해는 쟁쟁한 기자들과 현장에서 부딪치면서, 항상 이 말을 마음에 새기고 있습니다. 어려운 관문이지만 자신의 잠재력을 믿고 도전하세요! 후배가 될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 “자네는 얼굴에 뭘 발랐나?”

    첫 질문이갑자기 훅 들어온다. 면접장에 들어간 지 5초도 안돼서 말이다. 이런 질문을 한다는 얘기는 못 들어봤는데. 언제 카메라 테스트를 하는지 알 수 없었기에 선천적 지병인 다크서클을 감추기 위해 바른 BB크림 때문이리라.
    “네!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어서 BB크림을 좀 바르고 왔습니다!”
    그리고 보니 남자 지원자들은 화장을 한 경우가 거의 없는 것 같긴 하다. 하지만 쫄 필요는 없지. 면접은 항상 자신감 아닌가.
    “엄청 느끼한데? 뭐 어쨌든.”
    엄청? 어엄처엉? 아니다. 자신감이 30 하락했다. 손에 땀이 난다. 슬슬 쫄리기 시작한다. 혼자 속으로 느끼하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을 뭘 굳이. 이렇게 시작된 면접은 이후 전형적인 형태로 진행된다. 왜 기자가 되고 싶은가, 이런 딜레마 상황에선 어떻게 할 것인가, 인턴 때는 어떤 일은 했는가 등.
    이제 마지막으로 한 사람 당 한 개의 질문만이 남아 있다.“자신을 동물에 비유한다면?” 같은 돌발 질문이 나온다. 꽤 참신하다. 나는 어떤 질문이 들어올까.
    “송우영 지원자는음..자신의 얼굴에 0점에서 10점까지 점수를 메긴다면?”
    아까 그 분이다. 그렇다. 저 분 최소 물귀신이다. 이러면 다른 면접관들도 날 선입견을 갖고 바라볼 텐데, 수미상관으로 시작과 끝을.. 근데 이게 마지막 질문이라 이젠 잃을 것도 없다. 그냥 웃음만 나온다.
    “아, 저에겐 다른 면도 많은데 오늘 심사 위원들께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BB크림을 엄청 바르고 와서 자꾸 이런 질문을 하시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여하튼 굳이 점수를 메기시라면..”
    예상 외로 심사 위원들이 빵 터진다.
    “하하하 그러니까 왜 그걸 가지고 자꾸 공격해요. 발끈하잖아.”
    어라, 이런 게 전화위복인가. 왠지 느낌이 좋다. 최소한 ‘그 BB크림 지원자’로 그들의 뇌리에 각인은 될 것 같다. 어쨌든 애초 생각대로 어떤 질문이든 겸손하되 자신감 있게 대답하려고 노력했으니까. 앞으로 이런 무시무시한 전형이 4개나 남아 있지만 흔들림 없이 가자. 이제 와서 중앙일보/JTBC는 어떤 지원자를 좋아한다더라 식의 ‘카더라’에 흔들릴 필요는 없잖아. 그리고 애초에 그런 것은 없을 테니까.
  • 당신의 질문은 무엇입니까

     아직도 신기방기합니다. “중앙일보 임지수 기자인데요.” 이 한마디에 기업 홍보팀은 ‘오프 더 레코드’라며 중요한 기업 정보를 알려줍니다. 경찰서 민원실에 앉아 있는 아주머니께 명함을 건네자 자신의 흑과거를 구구절절 늘어놓구요. 언제 어디서든, 누구에게나 질문을 던지고 답을 받아낼 수 있다는 것. 기자의 일상에 주어진 짜릿한 특권입니다. 

     질문은 기자에게 가장 무거운 과제이기도 하죠.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가 기사의 질을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매일 같은 현장을 두고 달려드는 수백명 기자들이 질문을 무기로 계급장을 떼고 혈투를 벌이거든요. 잔인하게도 매일 아침 이름 석자가 찍힌 기사를 통해 혈투의 결과가 공개되지요. 어린 기자라고 얕보던 취재원도 수준 있는 질문을 연거푸 받고 나면 태도를 고쳐먹곤 하더라구요. 자기가 던진 질문에 기자 스스로가 상처 입는 일도 많아요. 생계 위협 속 대포통장 배달책이 된 대학생에게, 그리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딸의 장례식장에서 울부짖는 엄마에게.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며 비극의 현장에 닻을 내립니다. 우리 사회가 알아야 할 아픈 팩트를 캐내기 위해서지요.

     질문의 레시피는 뭘까요. ‘얼마나 아느냐’와 ‘얼마나 알고자 하는가.’ 이 두가지가 질문의 주재료라고 생각합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진부한 진리가 말해주듯 지식은 질문의 시야를 넓히고 깊이를 더합니다. 늘 새로운 자극과 정보를 흡수해야 하기에 기자는 끊임없이 공부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어떤 것도 어느 한 분야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세상의 다양한 표정에 꾸준히 관심을 쏟아야 하지요. 고단한 일입니다. 마감에 쫓기며 시간과의 전쟁을 벌이는 기자의 삶에서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걸쳐 있는 어려운 숙제입니다.

     다행히도 ‘얼마나 아느냐’란 난제를 덜어주는 동반자가 있습니다. 바로 ‘얼마나 알고자 하는가’입니다. 다른 말로는 세상 질서에 대한 ‘오지랖의 농도’ 정도가 될까요. 늘 부족할 수밖에 없는 지식을 메꾸어 주는 건 팩트에 대한 집요함과 열정인 것 같습니다. 눈을 감고 걷는듯한 범죄 현장에서 놀라운 촉을 발휘하게 하고, 세계인의 존경을 받는 명사 앞에서 어깨를 펼 수 있게 도와주지요. 그렇게 나온 좋은 질문은 ‘나’와 ‘남’을, 여기저기 흩어진 사회 현상들의 연결고리가 되구요. 세상의 변화를 이끈 선배들의 훌륭한 기사들을 보면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것들을 연결해 그 관계를 드러냅니다. 바로 그때, 숨어 보이지 않던 모순과 부조리, 그리고 진실이 드러나는 것이더군요. 이제 갓 면수습한 신출내기 기자가 목도한 ‘질문의 힘’입니다.

     각 전형에 대한 꿀팁들은 앞선 기수 선배들께서 충분히 나눠주신 것 같아서요. 저는 딱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어 재미없는 이야기를 늘어놓았습니다. 나의 질문은 무엇이며, 나는 얼마나 간절하게 그 질문의 답을 찾고자 하는가. 다른 말로는 ‘나는 왜 기자가 되고자 하며, 어떤 기자가 되고자 하는가’가 되겠죠. 논술 학원을 찾고, 상식 문제집을 펼치기 전, 반드시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오랫동안 이 질문을 외면했습니다. 매력적이고 발칙한 답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죠. 책이나 TV 속 기자 이미지를 흠모해왔을 뿐이었던 겁니다. 언론고시 가시밭길을 짧지 않은 시간 걸어야 했던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돌아보니 너무 화려하고 대단한 명분을 찾으려 했던 탓이 크네요.

     여러분은 어떤 질문을 던지고 싶은가요. 이에 대한 답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어렵게 찾아낸 그 답이 입사 시험의 매 순간, 기자가 된 뒤 고단한 일상에서 여러분을 떠받치는 기둥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