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그룹 선배들의 기자 이야기, 이제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JTBC, 중앙일보 등 선배 기자의 생생한 스토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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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말한다고 달라지는 게 있나. 학생이 해줄 수 있는 것도 없잖아. 안 좋은 얘기 다시 꺼내 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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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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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리를 거꾸로 잡고 3초간 있었어요.”막다른 곳에서 단독 증언을 마주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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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녕하세요. JTBC 기자 유요한입니다.

    재작년 가을, 중앙그룹 RECRUIT 페이지를 찾았던 기억이 납니다. 채용과정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내용을 찾기 위해서였죠. 지금 이 글을 보고 계시는 분들도 아마 같은 이유일 겁니다. 그래서 부족함 많은 제 기자 생활 이야기보다는 전형과정에 집중해볼까 합니다.

    ▶서류전형
    2019년 서류전형 주제는 (셀프)자서전 작성이었습니다. 정확하진 않지만 기자가 된 후의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고, 미래에 어떤 기자가 돼 있을지 묻는 문항이었습니다.

    저는 제가 관심 있던 분야의 미래 모습을 묘사하고, 변화한 환경 속에서 기자로서 어떤 포지션을 취했는지, 어떤 보도를 통해 변화에 기여했는지 등을 표현했습니다. 어떤 기자가 될 것인지에 대한 통찰은 주로 <비욘드뉴스, 지혜의 저널리즘>이라는 책을 통해서 얻었습니다. 여유가 있다면 언제든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올해 중앙그룹 서류전형 주제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그동안은 크게 변화가 없었습니다. 2018년 <사회부 기자의 기사체로 자신을 소개하라>, 2019년 <셀프 부음기사 작성>, 2020년 <셀프 자서전 작성>. 대체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미래관을 가지고 있는지를 설명해보라는 겁니다. 자소서 돌려막기가 불가능한 까다로운 질문이지만, 휘황찬란한 경험을 묻는 다른 질문들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더 정확하게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필기전형
    2019년 대한민국은 ( )사회다. 빈칸을 채워 정의하고, 다음 키워드가 반드시 들어가게 쓰시오. [살인의 추억, 최저임금, 386]

    2019년 하반기는 386세대 키워드가 유행하던 시기였습니다. 언론사 입사를 위한 스터디에서 최소 한두번씩 논술 작성을 했던 주제였습니다. 필기시험에서 주어진 시간 내에 한 편의 완성된 글을 쓸 자신이 있는 분들에게는 문제없겠지만 저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전에 써봤던 386세대를 메인 키워드와 방향으로 잡고 살인의 추억과 최저임금을 글에 녹이는 방향으로 글을 썼습니다.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대한민국은 망각사회다. 독재라는 개념을 살인하고 민주주의를 이룬 386세대가 기득권이 된 후 권력을 내려놓지 않고 다시 독재사회를 만들고 있다’였고, 이 과정에서 해당 키워드들을 모두 사용했습니다.

    ▶역량평가+면접
    주제는 ‘쇼핑센터’였습니다. 낮은 임금을 받고 동대문 쇼핑센터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를 만날지, 쉼 없이 계속 달려야 하는 택배기사를 만날지 고민하다 아무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많은 인터뷰이를 만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러지 못할까 겁이 났기 때문입니다. 결국 근처에 있던 완구시장을 가서 둘러봤습니다. 시민들에게 완구시장엔 화장실, 흡연실, 수유실 등이 없어 불편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후 종로구청과 상인회장을 취재해 왜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지를 담아 <아이들을 위한 쇼핑센터는 없다>는 제목으로 기사를 썼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시의성도 없고, 해결책도 담기지 않은 부끄러운 기사입니다. 다만 정해진 시간 내 글자수를 지킨 기사 하나를 작성할 수 있던 건 몇 차례에 걸친 연습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필기 합격 이후에라도 아랑이나 지인 등을 통해 함께 주제를 정해 기사를 써보고 피드백 나누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 이후 전형
    성실함과 정직함을 보여주는 전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이전의 여러 전형에서 역량과 관련한 평가는 지나갔다고 느꼈습니다. 선배들과 함께 일하면서 주어진 지시를 성실하게 이행하고, 실수하거나 놓쳤을 때 정직한 태도를 보이고 함께 협업하는 것이 중요한 전형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움이 됐을지 모르겠습니다. 힘들겠지만 전형들 잘 이겨내시고 곧 만나길 기원합니다!
  • “최승훈 씨, 데이터 저널리즘을 하고 싶다면서요?”

    텔레비전에서 자주 뵀던 분이 제게 물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우리 회사에 들어온다면 데이터 저널리즘을 어떻게 해볼 생각이에요?”

    저는 미리 준비한 ‘대사’를 능청스럽게 읊었습니다.

    “서울 택시의 운행 패턴을 분석해 승차 거부 택시를 추적하는…”

    제가 대답하는 순간에도 그분의 동공은 쉬지 않았습니다. 제 표정과 자세, 심지어 마음속까지 꿰뚫어 보는 것 같았습니다. 마침내 그분의 입술이 떨어졌습니다.

    “오… 흥미로운데?”

    합격의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습니다. 이 순간을 그분은 절대 놓치지 않았습니다.

    “혹시 오해할까 봐 하는 말인데, 최승훈 씨를 뽑겠다는 말은 아니에요.”

    웃음기가 쏙 들어갔습니다.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최종 면접이었습니다.
    1년이 지나 그분을 다시 만났습니다.

    “네가 데이터 저널리즘 하겠다고 뻥 치던 애지?”
    “뻥은 아닌데요…”
    “물론 완전히 뻥은 아니겠지. 하지만 어차피 다 포장하는 말이잖아. 그래서 난 면접에서 지원자들이 하는 말 잘 안 믿어. 그래도 너를 뽑은 이유는, 네가 ‘할 수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야. 못 한다고 말하는 사람보다는 해보겠다는 사람이 매력 있잖아.”

    채용 전형은 당신의 능력을 증명하는 과정입니다. 다만, 전형위원을 속일 생각은 버리시기 바랍니다. 누가 거짓말하는지 판단하는 게 직업인 사람입니다. 자신감은 좋지만, 과장과 허언은 금물입니다. 아무리 멋진 대사를 읊더라도 솔직하지 않으면 ‘할리우드 액션’이 됩니다.

    대신, ‘무엇’을 잘하는지, 기자가 되면 그 능력을 ‘어떻게’ 쓸 것인지, 우리 회사에 그 능력이 ‘왜’ 필요한지 꼼꼼하게 논증해주세요. 당신을 뽐내는 데 주저해선 안 됩니다. 대신 홍보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정말 잘할 수 있다면 누구보다 자신 있게 설득해주세요. 당신이 스스로 좋은 기자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할 때 전형위원도 의심을 버리고 합격 도장을 찍을 겁니다.
  • “박건씨는 인턴 경험은 따로 없나요?”

    입사 첫날, 데스크 선배들과 전골집에서 점심을 먹던 중 가장 많이 들은 질문입니다. 선배들 손에는 저를 포함한 수습기자들의 경력과 신상이 간단하게 정리된 이력서가 들려 있었습니다. ‘A 일보 취재 인턴’ ‘B 방송사 리서처’ 등 경력란이 꽉 차서 터질 것 같은 동기들과 달리 제 경력은 단출했습니다.

    ‘OO대학교 학보사’

    공채에 도전하는 여러분이 자신감을 가지시길 바라며 1년 전 기억을 꺼내 봤습니다. 안녕하세요. 중앙일보 박건 기자입니다. 2019년 하반기에 진행된 공채에서 운 좋게 합격해 기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이 페이지를 찾아오셨을 분들에게 도움 되는 글을 쓰고자 전형 과정을 복기해놓은 파일을 오랜만에 열었습니다.

    ▶자기소개서는 옴니버스 영화처럼
    서류전형의 당락을 좌우하는 건 학점·토익·자격증이 아닌 자기소개서입니다. 당장 제 동기 중에는 면접에서 “요즘 취준생답지 않게 학점이 낮네요.”라는 말을 듣고 합격한 친구도 있습니다. 정량적인 스펙보다는 진솔하고 구체적인 자기소개서가 전형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뜻입니다.

    자소서 쓰는 팁을 드리자면, ‘나’를 주제로 한 옴니버스 영화의 줄거리를 쓴다고 생각해보세요. 여러 일화를 엮어서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하는 과정이라고 보면 됩니다. 일화가 구체적일수록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힘이 실립니다. 저는 2년 반 동안 몸담은 학보사 경험을 십분 활용했습니다. ‘저는 준비성이 철저한 사람입니다.’라는 말 대신 가수 ‘10cm’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그의 무명 시절 헤비메탈 밴드 곡까지 섭렵했던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이렇게 여러 일화를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설득시키는 데 주력해보세요. 눈이 휘둥그레지는 이색적인 경험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특이하지 않아도 생생한 이야기가 담긴 자기소개서는 눈에 띄기 마련입니다.

    ▶논술의 한끗은 ‘다르게 보기’
    고백하자면 저는 필기시험을 치르고 고사장을 나설 때 ‘무조건 떨어지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출한 글이 정말 마음에 안 들었거든요. 집에 가는 지하철 안에서 써낸 글을 복기하는데 제가 봐도 허점이 많은 글이라 얼굴이 확 달아올랐던 기억이 나네요.

    당시 논제는 ‘2019년 대한민국은 OOOO 사회다’라는 문장의 빈칸을 채우는 것이었습니다. 글에는 ‘최저임금’ ‘살인의 추억’ ‘386세대’라는 단어를 반드시 넣어야 했습니다. ‘공정’ ‘양극화’ ‘적폐 청산’ 등의 키워드가 가장 먼저 뇌리를 스쳤습니다. 주변 응시생들도 빠르게 노트북 자판을 두들기기 시작했습니다. 공교롭게도 그날 고사장 근처에선 검찰·언론개혁을 주장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습니다. 확성기를 통해 ‘언론개혁’을 부르짖는 목소리와 기자지망생들의 타자 소리가 뒤섞인 교실 풍경은 기이했습니다. 저는 이렇게 글문을 열었습니다. “2019년 대한민국은 ‘팩트(fact) 전쟁’이 발발한 사회다. 주제와 분야를 막론하고 팩트와 팩트의 경합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팩트’를 가장한 의견들이 난립하고, 분노한 시민들이 광장으로 쏟아져 나오는 시대에 뉴스 공급자와 수용자는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하는지 제시하며 글을 매듭지었습니다.

    지금 읽어봐도 조악한 구석이 많은 글입니다. 그런데도 합격한 이유를 나름대로 추측해보자면, 글에 개성을 담으려 노력한 부분이 점수를 딴 게 아닐까 싶습니다. 조금 설익은 관점이라 해도 남과 다른 시선으로 논제를 바라보려 시도해보세요. 그렇다고 이치에 맞지 않는 주장을 펴는 무리수는 금물입니다. 상식적인 범위 안에서 차근차근 논리를 전개해봅시다.

    ▶면접, 모범답안은 없습니다
    난생처음 본 면접은 재미있었습니다. 제가 유별난 강심장이어서가 아니고 어차피 정해진 답이 없는 시험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했습니다. 미리 준비한 예상 질문과 답변을 달달 외우기보단 서류전형 때 제출한 자소서를 여러 번 읽고 면접장에 갔습니다. 완벽한 정답을 말해야 한다는 부담이 사라진 덕에 면접 내내 ‘쫄지’ 않고 할 말을 다 하고 나왔습니다.

    저를 향한 첫 질문은 필기전형 때 제출한 논술에서 나왔습니다. 글의 주제가 저널리즘이고, 베테랑 기자들이 보기에 ‘깔 거리’가 넘쳐나는 글이라 되려 흥미를 느끼신 모양이었습니다. 자소서만 열심히 읽고 간 저로서는 허를 찔린 기분이었습니다. ‘이 정도는 기본으로 물어보겠지?’ 생각하며 준비한 답변은 입도 뻥긋 못했습니다. 면접 준비와 무관하게 평소 읽었던 칼럼이나 기사가 이럴 때 도움이 되더군요. 제가 면접에서 쏟아낸 말이 모범답안은 아니었을 겁니다. 하지만 제가 어떤 가치관을 가진 사람인지,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인지 전형위원들이 판단하기엔 충분한 단서가 됐으리라 생각합니다.

    ‘언론사 공채는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을 뽑는 과정’이라는 말을 숱하게 들어보셨을 겁니다. 공허한 말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같이 합격한 동기들의 면면을 보면 그 말에 수긍하게 됩니다. 분명 같은 시험을 보고 들어왔는데 신기할 정도로 저마다 다른 개성을 지녔고, 그런 개성을 서로 존중하는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자소서 문항과 논제는 저번과 다를지라도 평가의 기준은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그간 쌓아 올린 여러분의 개성을 꺼내 진솔하게 보여주세요. 자기만의 색깔을 갖췄으면서도 다른 이의 색도 함께 품을 줄 아는 동료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내가 말한다고 달라지는 게 있나. 학생이 해줄 수 있는 것도 없잖아. 안 좋은 얘기 다시 꺼내 봤자 기분만 또 나빠지지. 그냥 돌아가”


    3차 실무평가 날, ‘쇼핑센터’라는 주제어를 받고 취재를 위해 들어간 지하상가 상인회장님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상가 관련 이야기는 상인회장님을 통해서만 들을 수 있다는데 이 분이 말을 안 하겠다고 하니, 정말 막막했습니다. 한편으로는 맞는 말이기도 했습니다.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말문이 턱 막혔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사람들이 제가 묻는 말에 모두 대답할 이유는 없더군요. 대답을 바라고 질문을 던지는 마음가짐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이야기를 나눈다’고 생각했습니다. 정확히 제 어떤 말이 상인회장님의 태도를 바꾼 건지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양해를 구하고 자리에 앉아 제가 왜 이 자리에 왔는지, 왜 이런 질문을 드리는지 차분히 설명 드린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말문이 트이고 시계를 보니 2시간이 지나있더군요. 남은 3시간동안 다른 취재와 정리를 마치고 회사로 돌아가야 했기에 마음은 급했지만 얻은 건 많았습니다. 상인회장님이 근처 지하상가도 비슷한 상황이라며 다른 상인회장님들을 소개해줬고 그 후의 취재는 일사천리로 진행됐습니다. 그렇게 과거 사람들로 가득 찼던 지하상가가 왜 고립될 수밖에 없었는지, 상인회장님들과 상인들 그리고 행인들의 생생한 말들로 르포 기사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기자가 된 지금도 사람들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건 여전히 어렵습니다. 어떻게 질문해야 취재원이 마음을 열고 대답해줄지 매일 고민합니다. 기자가 되면 취재원을 마주치자 마자 멋진 질문이 바로 나올 줄 알았는데 현실은 어떤 질문을 할지, 어떤 말을 할지 취재 노트에 빼곡히 적어놓고 시작합니다. 그러다 제게 마음을 열어주는 취재원을 만나면 그 뿌듯함으로 또 다른 취재를 할 용기와 원동력을 얻고 있습니다.


    선배로서 멋진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는데 저도 아직 매일 배우고 있는 입장이라 여러분께 도움이 됐을지 모르겠습니다. 한 가지 감히 말씀드리고 싶은 건 지금의 취업·언론고시 준비 기간이 그렇게 차가운 순간만은 아닐 거라는 겁니다. 좋은 결과로 인해 지난 과정이 미화된 걸 수도 있지만, 저는 아직도 2019년의 가을과 겨울(공채 기간)을 떠올려봅니다. 모든 날 모든 순간이 소중했고, 감사했고, 설렜고 그래서 따뜻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회는 불쑥 찾아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때 준비가 돼있으면 금상첨화겠죠. 당장 합격의 목걸이가 주어지지 않더라도 곧 찾아 올 기회를 기다리며 지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을 수십 번씩 돌려보고 계실 여러분, 현장에서 같이 뛸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곧 만나요!
  • “다리를 거꾸로 잡고 3초간 있었어요.”

    막다른 곳에서 단독 증언을 마주한 순간, 기쁨보단 당황스러움이 앞섰습니다. 녹음 버튼은 제대로 눌렀나? 진땀이 흘렀습니다. 부끄럽지만 입사 후 1년이 지나고도 여전히 허둥대는 제 일상입니다. 살인자의 과거 행적을 찾느라 하루 종일 낯선 곳에서 헤매기도 하고, 꽤 많은 시간을 투자했지만 실마리조차 얻지 못하고 빈손으로 보고를 해야 할 때 막막함도 자주 느낍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백 번 ‘포기할까’ 생각이 자연스레 듭니다.

    신기하게도 이럴 때마다 제 몸 어딘가 깊숙이 숨어있던 ‘오기’가 꿈틀거리며 나오곤 했습니다. 오기의 원천은 무엇일까 생각해봤습니다. 제 성격 때문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되짚어보니 현장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눈빛’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중앙일보 기자 명함을 내미는 낯선 저를 믿고 어렵사리 말을 꺼내준 이들을 위해서라도, 진실과 조금이라도 가까워지는 데 단초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히 들었습니다. 기사는 기자와 취재원이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기에, 그들의 용기와 협조가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또 당연하지 않은 것인지 깨닫고 있는 중입니다.

    사람과 사회를 향한 애정 어린 시선. 기자가 되고 싶었던 이유, 지금 기자를 하는 이유, 앞으로도 기자를 계속 하고 싶은 이유입니다. 중앙일보•JTBC 공채 전형 동안 끝까지 마음속으로 되새긴 부분이기도 합니다. [물렁함이 냉철함을 이긴다] 자서전을 쓰라는 자기소개서 1번 문항의 소제목이었습니다. 미련할 정도로 사람을 믿고 눈물과 웃음도 많은, 그야말로 냉철함과 거리가 먼 제가 기자를 하는 걸 보면 ‘기자상’이라는 건 따로 없는 것 같습니다. 수백개의 캐릭터가 모여 자신만의 장점을 발휘하면 되니까,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매력적이고 합격에 다가설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만났던 중앙일보•JTBC 선배들은 고민이 많았습니다. 어떻게 해야 더 좋은 기사가 될까, 그러기 위해서 어떤 부분을 더 취재하고, 어디를 고쳐야 할까 하고 말이죠. 제가 좋아하는 한 선배는 “삼겹살 굽듯이 하지 말고 한우 1++를 굽듯이 기사를 써.”라고 말씀하셨는데요, 들어오신다면 선배들과 정성을 듬뿍 담아보는 경험을 하실 수 있게 될 겁니다. 현장에서 저와 함께 당황스러움 한 스푼, 막막함 두 스푼, 뿌듯함 한 방울의 3종 세트를 함께 느껴보시지 않으실래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