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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30일 꽃이 배달 왔습니다. 장미와 백합이 한 아름 담긴 화분 위로 리본이 곱게 달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리본 아래로 써내려진 스물아홉 개의 글자. '김준영님은 중앙일보 JTBC 신입 인재 채용에 최종 합격하셨습니다‘ 꽃향기가 좋았습니다.
0. 기자. 그리고 꽃
‘드러나지 않은 사회의 본질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목소리는 사명감에 가득 찼지만, 그러면서도 목에 힘을 빼고 소외된 사람들을 보듬으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장 뻔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질문, ‘기자란 무엇인가’에 대한 저 스스로의 답이었습니다. 자기소개서를 쓸 때 가장 먼저 고민했던 문장입니다. 서류전형은 중앙일보•JTBC에 자신을 드러내는 첫 관문입니다. 기자를 하겠다고 들어오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기자는 어떤 사람이다’라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신입 기자 지원서는 ‘기자는 내게 있어 무엇인지•그렇게 되기 위해 어떤 덕목이 필요한지•그 덕목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장이라고 생각한 때문입니다.
1. 기자라는 몸짓, 그리고 매료
“너는 형이 돈을 많이 벌었으면 좋겠냐 아니면 하고 싶은 일을 했으면 좋겠냐.”
대학교 새내기이던 제게 친형이 던진 물음이었습니다. 그로부터 2년 후 형은 한 일간지 기자가 됐습니다. 분명 바쁘고 힘들어 보였습니다. 대체 무엇을 위해 ‘생고생’을 하나 싶어 기사를 열심히 읽기 시작했습니다. 사회 약자들의 호소, 사람 사는 이야기, 경제 동향, 정치권에 대한 비판 등 세상을 구성하는 모든 것들과, 기자는 소통하고 있었습니다. 기자가 써 내려가는 한 줄 한 줄은 사회라는 유기체에 뜨거운 피를 흘려보내는 일과 같다고 느꼈습니다.
2. 기자라는 그 이름. 부르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필기시험에 왕도가 있다면, ‘사회 전반에 대한 평소의 관심’을 바탕으로 ‘사안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끊임없이 행하는 게 아닐까 합니다. 이는 기자가 되고 나서도 꼭 갖춰야 할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51기 수습 공채 논술 주제는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라는 책이 제시되고, 프레임의 관점에서 한국 노동시장을 논하는 것이었습니다. 프레이밍에 대해 글을 많이 써본 건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평소 관련 자료를 많이 찾아봤던 것이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작문 주제는 칼 세이건의 책에 나오는 사진 ‘창백한 푸른 별’이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우주 저 멀리에서 지구를 향해 찍은 광각 사진’입니다. 저는 우주라는 다차원의 공간이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하면 그저 점•선으로밖에 안 보인다는 점에 착안했습니다. 2차원 마을을 만들어 3차원을 ‘발견’해 나가는 과정을 썼습니다. 자신만의 차원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은 새로운 차원의 세계를 단편적으로밖에 보지 못함을 풍자적으로 그렸습니다.
3. 기자라는 그 이름, 내게 와서 꽃이 되다.
2015년 12월 30일 꽃이 배달 왔습니다. 장미와 백합이 한 아름 담긴 화분 위로 리본이 곱게 달려 있었습니다…
P.S 나의 빛깔과 향기에 맞는 나의 이름을 불러줄 그대
1월 한 달간 교육을 받고 저는 얼마 전 수습기자 생활에 발을 담갔습니다. 다음 달이면 ‘사스마와리’를 하는 경찰 기자가 될 것입니다. 균형 잡힌 식단, 여유, 숙면 따위는 당분간 저와 거리가 먼 단어가 될 것입니다. 예상치 못한 벽에 부딪히는 일도 많을 것입니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위치이기에 제가 감히 ‘선배들의 이야기’를 쓴다는 게 겸연쩍습니다. 그래서 선배들께 자기소개서를 쓰듯이 제가 중앙일보•JTBC 기자가 된 과정을 담담히 썼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실 ‘언시생’분들이 후배로 들어와 저를 불러주시기를 간절히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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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세계 같다.” “뭐가?” “합격 이후의 삶.” 또 어느 허탈한 탈락 통보를 받고 난 뒤였을 겁니다. 못지않게 불합격 통보를 받아봤을 친구는 제 말에 자지러질 듯 웃습니다. 건너고 나면 돌아올 수 없는 강. 그 강을 건넜다는 이야기는 많지만, 정작 건너보지 못하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세계. 그리고 일단 강을 건넌 사람들은 다시는 이쪽을 돌아보지 않게 된다는 점까지. 언론고시 준비생이 본 합격 이후의 삶은 꼭 사후세계처럼 느껴졌습니다.
이 글을 보는 분들은 ‘그래서 사후세계에 어떻게 가는 것이냐’가 제일 궁금하실 겁니다. 제가 한 노력들을 늘어놓자면 이렇습니다. 자기소개서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평가를 부탁했습니다. 어린 시절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BB탄 총알을 줍던 집념을 발휘해 기사, 칼럼, 논문, 책을 뒤져 글감을 모아 필기시험장에서 써먹었습니다. 평가자가 노안이 왔을지 모르니 글씨는 크게 썼고요. 모음을 크게 쓰면 읽기 편합니다.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직장인 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기삿거리를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과외 학생에게 방송 뉴스를 보여주고 ‘중학생인 네가 듣기에 이해가 되느냐’고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매일 신문을 읽는 건 제겐 좀이 쑤시는 일이었는데, 질문거리를 찾으며 기사를 읽으니 재미있었습니다. 바이라인에 달린 기자의 메일 주소로 질문을 보낸 겁니다. ‘기사 내용과 기사 제목이 안 어울리지 않느냐’, ‘제가 찾아본 통계는 수치가 다른데 출처가 어디냐’, ‘존 캐리가 어떻게 ’통일은 대박‘이라고 말할 수 있나. 대박을 영어로 뭐라고 했느냐.’ 등등. 패기 넘치는 대학생의 질문에 가끔이지만 긴 답장이 오기도 했습니다. ‘꼼꼼히 읽어줘서 고맙다’는 마지막 줄까지 읽고 나면 그 선배가, 그리고 기자라는 직업이 그렇게 멋져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두서없이 나열하긴 했는데, 이게 합격의 비법이라고는 못하겠습니다. 여러 가지 경험을 했다고 하면 ‘제대로 한 것 없이 이것저것 하네’라고 생각한 면접관도 있었고 ‘젊은 친구가 다양한 경험을 했군’이라고 생각한 면접관도 있었습니다. 스물 두 살 때 ‘나 홀로 소송’을 한 이야기를 말하면, “똑부러진 지원자구먼”하고 감탄한 면접관도 있었지만 “왜 인생을 빡빡하게 사느냐”고 물은 면접관도 있었습니다. 최선을 다해 준비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최선을 다한 뒤에는 제 몫이 아닌 부분들도 분명히 놓여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앞서 말씀드린 이야기는 ‘합격의 비법’이라기보다, 지루한 ‘불합격의 시간을 견디기 위한 비법’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합격은 언제 찾아올지도 모르고, 안 찾아올지도 모릅니다. 하루하루 재미있게 보내기 위한 자신만의 방법을 꼭 찾으시길 바랍니다.
강 건너 사후세계에 와보니 크게 다른 게 없습니다. 노력과 기다림, 좌절과 극복은 이곳에도 있습니다. 어제의 고시생이 오늘의 기자가 된다고 제 자신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더라고요. ‘어떻게 기자가 될 것인가’만을 고민한 고시생은 ‘어떻게 기사를 쓸 것인가’만을 고민하게 될 거고, ‘어떤 기자가 될 것인가’까지 고민한 사람은 ‘어떤 기사를 쓸 것인가’까지 고민하게 되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이곳에 오는 날까지 자신만의 노잣돈을 두둑이 마련해 오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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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만 하지 마라”
아는 것도, 할 줄 아는 것도 없는 우리 수습들에게 선배들이 가장 강조하는 대목입니다. 사소해 보이는 팩트라도 그것이 또 다른 사실을 드러내는 단초가 될 수 있으니 끈질기게, 그리고 꼼꼼하게 취재하는 자세가 기본인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즉 대학생 티를 벗지 못한 수습기자입니다. 대단한 취재력을 지닌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말씀입니다. 때문에 취재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솔직히 인정하고 그대로 선배들에게 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배웁니다. 쉬워 보이지만 어려운 일입니다. 보고는 매 시간 다가오고, 출입처에서 만나는 타사 기자들은 “나는 뭔가 알고 있다”는 표정으로 우리를 쳐다보거든요. 그래서 온갖 상상력을 동원해 없는 일도 꾸며내고 싶은 유혹을 받기도 한답니다.
“거짓말 말라”는 가르침, 따져보면 새로울 것도 없습니다. 입사전형을 치를 때도 거짓말을 하면 안 되거든요. 합격에야 왕도가 없다지만, 결국에는 들통 날 헛말과 헛글로 합격하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서류전형부터 그렇습니다. “중앙일보·JTBC는 짱이고 나도 완전 짱이다. 그러니 뽑아 달라”는 자기소개서는 정말 별롭니다. 필기시험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디서 베껴 둔 이야기들을 얼기설기 엮는다고 매력적인 글이 되지 않습니다. 마치 “나 글 잘 쓰죠?” 묻는 듯 기교를 부리는 것도 수십 년 경력의 선배들 앞에서는 자제해야 할 터. 면접 때는 두말 할 것도 없습니다. 외워온 말을 그대로 읊은 지원자가 합격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없습니다.
▶솔직해도 괜찮습니다
뻔한 말이지요, 그러나 이것이 제 진심이고 제가 생각하는 정답입니다. 언제 어디를 가서도 똑같은 자기소개를 한다면. 어떤 주제가 나와도 외워 두었던 글을 그대로 출력한다면 정말 곤란합니다. 당신을 뽑는 사람들은 ‘진짜 당신이 누구인지’를 궁금해 합니다. 수험생 때는 ‘설마’ 했던 말이지만 돌아보니 그게 정말입디다. 함께 합격해 일하고 있는 동기들을 보면 각자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매 전형단계에서 “떨어지겠구나” 생각했던 지원자였습니다. 제가 합격한 이유, 조금 서툴러도 보여주고 싶은 ‘내 것’을 다 보여주겠다는 마음가짐 때문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완벽한 사람이 뽑히는 것이 절대, 절대, 절대! 아닙니다. 그런 사람은 애초에 없어요. 대범하게 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시험장은 그동안 갈고 닦은 자신만의 무기를 선봬는 자리입니다. 옆 사람 것이 좋아 보인다고 탐내지 마세요. 무슨 대단한 ‘전가의 보도’를 갖고 있는 것 아닙니다. “무슨 학원이 좋다더라”, “어떤 공부법이 좋다더라” 이런 말에도 흔들리지 마세요. 저는 학교에서 들었던 수업 내용을 가지고 논술을, 소방서에서 군 복무할 때의 경험으로 작문을 썼습니다. 실무평가의 방송기사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밀착카메라’처럼 만들어보려고 했고요. 신문기사로는 평소에 의심해왔던 먹거리에 대한 검증을 감행했지요. “나는 이미 기자”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나는 OO한 기자”라고 자부하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쌓인 콘텐트를 실전에서 하나씩 꺼내 보이면 됩니다. 그래도 기본은 물론, 우리에 대한 애정입니다. 중앙일보·JTBC의 콘텐트를 보세요. 그리고 솔직하게 평해보세요. 당신이라면 어떻게 만들지 고민해 보시고요. 답은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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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첫날 아침부터 40대 여성이 지하철에 몸을 던졌다. 백병원 응급실에선 그녀가 이미 실려왔을 때부터 심정지 상태였다고 했다. 현장은 평온했다. 아무도 이 사고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고 아무런 냄새도 없었다. 사고는 한 시간여 전 수습됐다고 했다. 하지만 왠지 모를 강한 자극이 온몸을 휘감았다. 그녀의 그림자였다. 그녀는 왜 연휴 첫날에 지하철에 몸을 던져야만 했는가. 이곳은 전부터 스크린도어가 없어 자살 소동이 몇 번 있던 역이다. 칼바람이 옷 속을 파고들었다. 여기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무슨 마음이었을까. 지하철이 들어올 땐 마치 이것을 탈 것인 마냥 차분한 모습을 보였겠지. 기관사와 눈이 마주쳤을지도 모르겠다. 불과 1시간 전에 나와 함께 숨 쉬던 이가 그 숨을 스스로 끊어버린 장소에서 난 가슴을 진정시키고 그녀가 몸을 던진 승강장을 찾기 시작했다...
- 수습생활 시작한 지 6일차, 지하철 투신 자살 현장에 갔다가 쓴 일기
안녕하세요. 서효정입니다. 경찰서와 소방서, 병원 등을 돌아다니며 사건사고 체크를 하는 수습기자입니다. 아침에 창밖에서 소방차 소리가 나면 이불을 뒤집어쓰곤 했는데 이젠 그 소리의 궤적을 좇습니다. 택시를 타고 가다 사고 난 걸 보면 놀라서 쳐다보고만 있었는데 이젠 카메라를 꺼내 듭니다. 수습생활을 시작한 이후의 변화입니다. 수습 생활은 저의 많은 것을 변화시켰고, 그 변화는 힘들고 고달픈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 서러움을 되뇝니다. '내가 어디 가서 이런 대접 받아본 적이 없는데…….' 인간보다 못해 '짐승 수(獸)' 자를 써 ‘수습(獸習)’이라 한다는 말이 딱 맞습니다.
하지만 이 글을 읽고 계실 후배님에겐 이런 수습생활도 꿈꾸는 것 중 하나겠지요. 제가 그랬던 것처럼. 그런 열정과 패기만으로도 기자가 되기엔 이미 충분하지만, 시험 경험을 바탕으로 간단한 팁을 드리고자 합니다. 2015년 전형에서 '칼 세이건의 창백한 푸른 점 사진을 보고 자유롭게 작문하라'는 주제를 받았습니다. 평소에 '거리두기'라는 큰 주제로 이것저것 정리해둔 것들이 있었던 덕분에 글의 완성도를 조금 더 높일 수 있었습니다. 멀리서 지구를 찍어서 점처럼 보이는 사진이었는데 이 사진에서 '복잡다단한 세상사라도 멀리서 보면 작은 점에 불과하다'는 메시지를 뽑아냈습니다. 그리고 평소에 '거리두기는 필요하다'라는 주제에 모아놓은 글감들을 활용했습니다. 이를테면 프랭크 시나트라 기사를 쓰면서 그를 인터뷰하지 않고 그의 주변인 일흔명 정도의 말로만 전달했던 언론인 게이 탤리즈 이야기를 1문단에 적고, "자기 입으로 자기 얘기를 하는 건 의미가 없다. 다른 사람이 거리를 두고 나를 보는데 의미가 있다"라고 했습니다. 그 때 당시에 뜨거운 감자였던 국정교과서 문제 또한, 국가가 내 이야기를 내 입으로 하느냐 출판사들의 입으로 하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해 같이 풀어냈습니다.
실무전형을 준비할 땐 나올만한 주제들을 장소별/토픽별로 적어놓고 어떤 기사를 쓸지 미리 생각을 해뒀습니다. 평소에 사회 현상에 의문 갖는 습관이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제겐 뉴스를 보면서, 누군가한테 이야기를 들을 때 부조리하다거나 좀 더 알아보고 싶다 하는 내용이 있으면 노트에 따로 정리해두는 습관이 있습니다. 나중에 기사 아이템이 될 수도 있고 아이템으로 발전할 씨앗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때론 일부러 커뮤니티를 탐험하며 이슈가 되는 글들을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실무 전형 첫째 날 주제는 '외국인'이었습니다. 저는 실무평가 며칠 전 JTBC 뉴스룸에서 사기 혐의로 붙잡힌 라이베리아인들이 알고 보니 난민 지위를 가지고 있었고 지원금 부정수급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었습니다. '대체 난민 인정 절차가 어떻게 돼 있는 건가' 하는 의문을 품었습니다. '외국인' 주제가 나왔을 때 고민 없이 난민들이 많다는 동작구 상도동으로 달려갔고, 신기하게도 길거리에서 오늘로 한국에서 퇴출 통보를 받은 난민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에게 들은 구구절절한 이야기는 ‘주먹구구식 난민 인터뷰’라는 제목의 기사가 됐습니다.
거창한 것처럼 말했지만 여러분들의 미래입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저도 언론사 시험 보기만 하면 필기에서 낙방하는 준비생이었고, 기사를 써내기만 하면 남의 글이 돼 돌아오던 인턴기자였습니다. 지금도 펜과 마이크의 무게에 겁을 내는 수습입니다. 하지만 생전 맛보지 못했던 것들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성숙하고 성장하는 중입니다. 이 자리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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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씩만 고치자
안녕하세요. 51기 송승환입니다.
작년에 저도 ‘선배들의 이야기’를 읽고 또 읽으며 중앙일보-JTBC 공채를 준비했습니다. 이렇게 제가 같은 공간에 글을 쓰게 돼 감개무량합니다. 저는 아직 입사한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여러분께 ‘선배’로서 기자와 기사에 대해 말씀드리기에는 많이 부족하죠. 대신 제가 언론사 입사를 준비할 때 가졌던 마음가짐 하나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언론사 입사 준비는 참 막막합니다. 공부 범위가 정해져있지도 않고, 남들과 정량적으로 비교할 수도 없죠. 그래서 많은 수험생이 쉽게 지치고 불안해합니다. 저는 지난해 처음 스터디에 들어가 글을 첨삭 받았을 때가 아직 기억납니다. ‘총체적 난국인데 뭘 어떻게 해야 하나. 빨리 접고 딴 길 찾을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맘을 다잡고 ‘한 주에 하나씩만 고치자’고 생각했습니다. 첫 주엔 매력적인 도입을 쓰는 연습만 했습니다. 주제별로 글감을 찾고, 좋은 글을 찾으면 베껴 썼습니다. 잘 읽히는 글은 글자 수도 세어 봤습니다. 한 주 동안 하나에만 집중하니 얼추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그렇게 둘째 주엔 주장하는 문단 쓰기, 그 다음 주엔 구성 짜기, 분량 조절, 표현력 강화...더디게 가는 만큼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수준까지 매달리자고 생각했습니다. 한 주에 하나씩 성취감을 느끼는 것은 막막한 수험기간을 이겨내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아직 수습기자라 배울 게 많은 저는 요즘 하루에 하나씩만 고치자는 생각을 합니다. 한 달이면 무려 서른 번이나 나아질 수 있겠죠. 중앙일보-JTBC 공채를 준비하는 여러분께서도 막막함 속에서 꾸준히 한 걸음씩 목표에 가까워지시길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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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링” 주말 아침에 잠을 자다가도 속보 알림 하나에 벌떡 일어납니다. 북한 로켓 발사부터 해안포 발사까지. 정치부에 배치된 지 3주 만에 많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때마다 휴일을 반납하고 회사에 나가기도 집에서 속보를 챙겨보며 대기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저를 보며 가족들은 “누가 업어 가도 모르게 자던 애가 변했다”고 말합니다.
가족들의 말처럼 제 삶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학교보다 국회가, 친구보단 정치인과의 만남이 익숙해졌습니다. 푹신한 방석을 깔고 도서관 의자에 앉아있던 제가 국회 복도 아무 곳에나 노트북을 펴고 주저앉아 저만의 기자실을 만듭니다. 텔레비전, 신문으로만 보던 정치인에게 직접 말을 걸고 때론 집 앞으로 찾아가 기다리는 게 일상이 됐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상황이 바뀌고 그에 따라 동분서주하지만 이런 제 삶의 변화가 나쁘지 않게 느껴집니다.
사람들에게 이 변화에 대해 말하면 대체로 두 가지 반응을 보입니다. 고개를 내젓거나 눈이 더 초롱초롱해지거나. 제 주변에서 후자의 경우는 기자를 준비하는 친구들뿐이었지만 말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알 수 없지만, 이 글을 읽고 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후자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여러분을 위해서 정치부 생활 이야기는 그만 줄이고 공채 과정에서 느꼈던 것을 공유해보려 합니다.
제가 공부를 하며 가장 궁금하면서도 준비가 부족했던 실무 평가에 대한 팁을 나누겠습니다. 실무에 앞서 다짐, 원칙 하나를 정했습니다. 다른 사람과 ‘겹치지 말자’였습니다. 작문을 쓰듯이 처음 떠오르는 아이템은 무조건 ‘킬’ 했습니다. 쉽게 생각이 나는 것은 그만큼 다른 지원자와 겹치는 아이템일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방송 주제로 ‘교통’이 나오자 많은 사람이 지하철, 버스 등을 주제로 아이템을 고민했습니다. 저는 다른 뜻에 주목했습니다. 보편적인 ‘교통’이 아닌 ‘정보를 주고받음’이라는 뜻을 이용해서 ‘시니어 1인 방송의 유행’을 취재했습니다.
다행히도 저와 아이템이 겹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흔하지 않은 주제를 고른 덕분에 실무준비가 부족했던 저의 약점이 조금이나마 가려졌다고 생각합니다. 실무 평가에서 저 또한 머리가 새하얘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실무에 앞서 다짐, 원칙 하나를 정해놓았기에 중심을 잡고 제한된 시간 안에 취재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까지가 저의 소소한 팁입니다. 너무 소소하지만,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또 이 글을 보고 “뭐야 별거 아니잖아”하는 용기가 생기길 바랍니다. 2016년 선후배로 마주할 그 날을 기다리며 저도, 여러분도 파이팅!